

<성명서> 은평구는 ‘중증장애인 문화예술공공일자리’
창출에 즉각 나서라!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2025년 7월 17일 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3선 도전을 공식화하며, 서울혁신파크 부지 개발을 통한 기업 유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은평에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유치해보고 싶다”며, “은평 안에서 일하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힌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분명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어 핵심 과제임에 틀림없다. 특히 지역 내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는 많은 시민들의 오랜 요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김미경 구청장의 문제의식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과연 그 ‘일하고 살 수 있는 구조’ 속에 장애인은 포함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 구조는 누구를 위한 일자리이며, 누구의 삶을 중심에 두고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설계되는가이다. 일자리의 양만이 아니라, 그 질과 포용성,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 고려가 함께 논의되지 않는다면, 이는 또 하나의 ‘누군가를 배제한 발전 담론’에 불과할 수 있다.
특히 장애인, 그중에서도 최중증장애인은 여전히 노동의 권리에서 배제된 채, 일자리를 '선언'으로만 전해 듣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은평구가 ‘일하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말하려면, 장애인 역시 그 구조의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은평구에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개발 구상이 아니다. 이미 서울시가 주도하는 혁신파크 개발에 숟가락을 얹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고유의 삶과 조건을 반영한 새로운 일자리 모델, 특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고용정책에서부터 은평구는 진정한 ‘자치’의 역할을 시작해야 한다.
장애인 일자리는 선언이 아닌, 구체적인 권리 실현의 영역이다. 김미경 구청장이 2020년 4월, 장애인인권헌장 6조를 손에 들고 사진을 찍던 그 순간은 분명 상징적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은평구는 실질적 일자리 확대는커녕, 장애인을 위한 공공일자리 구조조차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선언은 실천이 뒷받침될 때에만 의미를 갖는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연출에 불과하다.
장애인인권헌장 제6조는 분명히 말한다. 장애인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것은 단지 노동의 기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조건, 즉 자율성과 존엄, 그리고 사회참여의 기본 전제가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단순 반복작업에 머무는 재정일자리, 형식적 참여에 불과한 복지형 일자리 구조는 최중증장애인의 개별 역량을 억압하고, 노동권을 ‘인정받는 것’이 아닌 ‘배정받는 것’으로 만든다. 선택권은커녕, 주어진 일에 감사하라는 분위기만 가득하다.
우리는 이제 묻는다. 은평구는 언제까지 장애인 일자리를 선언에만 머물게 둘 것인가? 말보다 실천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실천은 ‘중증장애인 맞춤형 문화예술공공일자리’ 창출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 일자리는 단지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다.
중증장애인이 미술, 사진, 음악, 연극 등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 활동을 통해 자기표현의 영역을 확장하고, 지역사회와 교류하며 사회에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공일자리다. 즉, 일하는 주체로서 중증장애인을 사회에 드러내고, 그들의 목소리가 구조를 흔들 수 있도록 보장하는 ‘행동의 자리’다.
문화예술은 중증장애인이 자신의 언어를 발명하고, 사회적 침묵을 깨는 도구가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장애와 비장애가 만나는 접점이 만들어진다. 이는 지역사회의 인식 전환은 물론, 장애인의 권리가 사회구조 안에서 구현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은평구에 지금 당장, 10개의 중증장애인 맞춤형 문화예술 공공일자리 창출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작은 실천이 은평구를 바꾸고, 나아가 다른 지자체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장애인 일자리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은평구는 이제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2025년 7월 20일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단법인 장애공감 |